치아흡수병변(FORL) | 진단과 치료, 스케일링으론 안 됩니다.

고양이는 통증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동물입니다.
식사도 평소처럼 하고, 놀 때도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속에서는 치아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병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질환이 바로 ‘치아 흡수병변(FORL, Feline Odontoclastic Resorptive Lesion)’입니다.
단순한 충치와는 달리, 치아의 표면부터 뿌리까지 조직이 서서히 파괴되며 진행될수록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지만 외관상으로는 거의 티가 나지 않습니다.
특히 중년 이후의 고양이에게서 매우 흔하게 발견되며, 치아가 부서지거나 잇몸이 움푹 파이는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보호자 입장에서는 “밥도 잘 먹는데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치석만 제거하는 수준이 아닌, X-ray 촬영과 세밀한 치근 평가를 통해 보이지 않는 통증까지 찾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 FORL, 충치가 아닌 ‘치아가 녹는 병’



많은 보호자분들이 고양이의 치아가 부서지거나 검게 변하면 ‘충치인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고양이에게는 사람처럼 세균이 치아를 파먹는 ‘충치’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대신 치아 자체가 안쪽에서부터 녹아내리는 질환, 바로 **치아 흡수병변(FORL)**이 문제의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질환은 치아를 구성하는 법랑질과 상아질이 서서히 파괴되며, 진행되면 결국 치근(뿌리)까지 손상됩니다.
문제는 겉에서 보면 치석이나 잇몸 염증처럼 보여 단순 스케일링으로 해결하려다 오히려 통증만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아가 녹기 시작하면 고양이는 통증을 피하기 위해 한쪽으로만 씹거나, 식사 도중 잠시 멈추는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입 주변을 자주 만지거나, 특정 부위를 혀로 핥는 모습도 보이죠.
이런 미묘한 변화는 대부분 보호자가 “습관인가 보다” 하고 지나치기 쉬워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겉모습만으로는 충치와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치과용 X-ray 촬영이 필수적입니다.
🧬발생 원인과 고양이에서 흔한 이유
치아 흡수병변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여러 연구를 통해 면역 반응, 치주염, 영양 불균형, 바이러스 감염,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치아 표면의 세포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파골세포(흡수세포)**가 활발해지면서 치아 조직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5세 이상 고양이에서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며, 잇몸 염증이 반복되는 아이일수록 위험이 커집니다.
불규칙한 식습관, 치석 누적, 구내염, 또는 특정 바이러스 감염(FIV, FeLV 등)도 이 병을 촉진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됩니다.
문제는 이 병이 한 번 시작되면 자연적으로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통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치근이 녹으면서 결국 발치가 불가피해집니다.
이 때문에 정기적인 구강검진과 방사선 촬영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눈에 보이는 치석보다 보이지 않는 치아 뿌리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진짜 치과 진료의 핵심입니다.
🏥진단과 치료: 단순 스케일링으론 불가능

치아 흡수병변은 육안으로만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치아 겉면은 멀쩡해 보여도, 내부에서는 이미 뿌리 쪽이 녹아내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치과용 방사선(X-ray) 촬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X-ray를 통해 치근의 흡수 정도와 잇몸뼈 손상 여부를 확인한 뒤, 손상 부위가 작으면 부분적인 치료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근이 이미 심하게 흡수된 경우에는
남은 치아가 고통만 유발하므로 발치가 최선의 선택이 됩니다.
저희 동물병원에서는 전용 치과 방사선 장비를 이용해 보이지 않는 뿌리 손상까지 세밀하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발치 수술 경험이 풍부한 원장이 직접 집도하며, 치근 파편이 남지 않도록 미세기구와 확대 장비를 병행합니다.
필요 이상의 수술은 하지 않지만,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통증 없이,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단순히 치석만 제거하거나 염증만 줄이는 수준으로는 이 질환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치과 전용 영상장비와 경험이 뒷받침되어야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합니다.
🐾 수술 후 회복과 관리법
치아 흡수병변으로 손상된 치아를 발치한 후에는 며칠간 통증이나 식사 거부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는 통증이 사라지면 금세 식사량과 활력이 회복됩니다.
수술 후 1~2주 동안은 부드럽고 삼키기 쉬운 음식으로 급여하고, 딱딱한 사료나 간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가 억지로 입을 열거나 상처 부위를 확인하려 하면 통증이 자극되어 회복이 늦어질 수 있으니
가능하면 손대지 않고 병원에서의 경과 확인으로 관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희동물병원에서는 수술 후 통증 조절과 상처 회복을 위해 필요시 진통제, 항생제, 레이저 치료 등을 병행하며, 치유 과정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체크합니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며칠 내로 안정되고, 이후에는 예전보다 훨씬 편안한 식사를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 번 FORL이 생겼던 고양이는 다른 치아에서도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입니다.
💬 정직하고 정확한 치과 진료의 중요성

치과 질환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보호자가 직접 판단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정직한 설명입니다.
비아츠 동물병원은 단순히 ‘치아를 뽑는 병원’이 아닙니다.
치아를 살릴 수 있다면 최대한 보존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신중하게 수술을 진행합니다.
장비나 인력이 충분하지 않을 땐 무리하게 시술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협진 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호자분들이 안심할 수 있고, 고양이들도 통증 없는 일상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치과 질환은 단순한 구강 문제를 넘어 삶의 질과 직결되는 질병입니다.